인천 송도 화물차 주차장
인천 송도국제도시 화물차 주차장 사용을 둘러싼 갈등이 화물차 기사와 주민 간, 기관과 기관 간을 넘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인천 연수구을)은 18일 연수구 송도5동 SK뷰 사거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는 화물차 주차장 건립을 취소하고 대체부지로 이전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자리에는 같은 당 장성숙 인천시의원과 기형서 연수구의원을 비롯해 지역 주민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방선거 당시 화물차 주차장 백지화를 공약했지만 3년이 지나도록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며 “항만배후 단지 이용계획은 해양수산부의 권한 사항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시계획을 변경하고 대체 부지를 확보해 이전을 추진해야 하는데 재판 뒤에 숨어 무능한 행정을 이어가고 있다”며 “인천항만공사 또한 국민 기본권을 우선시해야 할 공기업인 만큼 소송을 취하해 대체 부지 이전에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는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혈세 낭비와 화물노동자 생존권 박탈, 시민안전 무시를 일삼는 정 의원은 출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의원은 소속 정당과 정부 정책에 반하는 행동으로 시민의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고충을 헤아리지 않고 의견도 청취하지 않고 있다”며 “안전한 사회와 국민주권을 중시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철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송도 화물차 주차장은 2022년 12월 연수구 송도동 아암물류2단지 내 5만㎡ 터에 402면 규모로 조성됐지만 주민 반대 등의 이유로 2년 넘게 사용 못 하고 있다.
인천항만공사(IPA)는 물류단지의 원활한 기능을 위해 주차장 사용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주민 여론을 고려해 절차적 완결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맞서고 있다.
두 기관의 갈등은 법정 공방으로 이어졌다. 50억원을 들여 주차장을 조성한 IPA는 무인 주차 관제시설 등 가설건축물을 설치하려 했으나 인천경제청 반대로 불발되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과 2심에서 IPA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인천경제청은) 가설건축물 축조 요건이 충족됐는지만 확인해 신고 수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며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있다는 사정 등 다른 사유로 수리를 거부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IPA는 1심과 2심에서 승소한 만큼 화물차 주차장을 사용할 수 있게 인천경제청이 주차 관제시설 등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IPA 측은 인천지역 화물차 주차장의 부재로 아암물류2단지 일대 도로에 불법 주차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며 화물차 주차장 운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인천경제청은 최근 송도 화물차 주차장 가설건축물과 관련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제청은 대법원 상고심에서 패소하더라도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만 수리할 뿐 주차장 사용을 허용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천경제청 측은 화물차 특성상 밤샘 주차를 허용하려면 실시계획 인가를 거쳐 '공영차고지'로 시설 용도를 정해야 하지만 관련 절차가 누락됐다고 주장한다. 또 주차장 대상지는 항만법에 따른 지원시설 용지로, 특정인만 사용하는 화물차 주차장이 들어서는 것은 위법이라는 지적이다.
화물차 기사들은 주차장 사용이 늦어지면서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화물연대 인천지역본부는 "법원 판결을 따르지 않는 인천경제청 대응은 문제가 있다"며 "인천시는 인천을 동북아 물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하지만 막상 화물차 주차장이 부족해 기사들은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근 주민들은 2018년 화물차 주차장 계획단계부터 "화물차 주차장이 들어서면 안전사고, 교통 혼잡, 소음·매연 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